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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덕/구스패팅으로 털뽑히는 거위와 오리들
박준원 2018-12-23 추천 1 댓글 0 조회 533

털 뽑히는 오리들의 고통, '패딩 업사이클'로 줄일 수 있어요

입력 2018.11.26. 12:46 수정 2018.11.28. 11:36

 

패딩 한벌 당 15~20마리 오리·거위 털 뽑혀
헌 제품 업사이클링으로 '생명 구하는 패딩'에 도전

[한겨레]

가슴 털이 뽑힌 거위들. 패딩 점퍼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15~20마리의 거위 가슴 털을 뽑아야 한다. 베리구스 제공

그 많은 패딩 점퍼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패딩 점퍼 한 벌에 들어가는 깃털과 솜털은 15마리~25마리 거위의 가슴털을 뽑아야 마련할 수 있다.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에 따르면 거위는 태어난지 10주부터 6주 간격으로 산 채로 털을 뽑힌다. 가슴털이 뜯긴 채 핏기 맺힌 가슴으로 꽥꽥대는 거위 모습이 영상과 사진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패딩의 계절은 여전하다.

온라인 패션업체 드림워커를 운영하는 서정은 대표(34)는 어느날 잠자리에 들며 무심코 유튜브를 열었다가 잠이 번쩍 깼다. 사람에게 멱살이 잡힌 채 악을 쓰며 털이 뽑히는 거위를 보며 세상의 수많은 패딩 점퍼가 살아 있는 생명의 악다구니에서 시작된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생각했다. 거위와 오리가 끝없는 털 뽑힘의 굴레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웰론, 신슐레이트 등 대체 신소재를 사용한 ‘비건 패딩’을 고르거나 그나마 동물을 덜 괴롭히고 생산된 구스다운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5년째 패션 업계에 종사한 경험상 대체 소재는 여전히 인기가 없었다. 소비자들은 패딩이라 하면 필파워(오리·거위 털의 부피 복원력)가 얼마라고 쓰여 있는지 따지고, 구스다운으로 유명한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식용으로 도축되는 오리나 거위의 부산물로 나오는 털가죽을 재활용하는 ‘윤리적 다운 제품 인증’(RDS) 또한 결국 죽음의 끝에 얻는 결과물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찜찜했다.

“저는 사업가고 사실 그동안 동물 보호 문제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기도 했어요. 그래도 제가 이 업계에 종사하는 이상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해답을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2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드림워커 사무실에서 애니멀피플과 만난 서 대표는 고민 끝에 기존에 생산된 구스, 덕다운 제품들을 ‘업사이클링’(up-cycling, 업그레이드+재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헌옷으로 버려진 제품을 수거해 낡은 외피를 뜯고 거위, 오리 솜털을 꺼내 재가공하는 것이다.

2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드림워커 사무실에서 만난 서정은 대표는 “패딩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감도는 높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현실”에 대해 말했다.

준비를 하며 자료 조사를 해보니 이미 비슷한 시도를 한 회사들도 많았다. 파타고니아 등 세계적인 브랜드에서도 구스다운 재활용 캠페인을 벌였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던 것은 구스·덕다운 업사이클링을 오래 지속하며 노하우를 축적한 업체를 찾기 어려웠다는 사실이다. 벤치마킹할 제품을 많이 찾진 못했지만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일단 시도를 해봤다.

“그런데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다른 회사들이 왜 패딩 업사이클링을 장기간 하지 않았는지. 너무 힘들었어요.”

지난 여름은 직원들에게 “오리 살리려다가 사람 잡겠다” 소리를 들은 계절이었다. 우선 전국의 헌옷 수거업체에 연락을 해 패딩 제품을 구별해 납품할 수 있는 업체를 찾았다. 전국 각지에서 약 2000kg의 패딩을 수거했다. 2천여 벌이 넘는 양으로, 재활용을 한다면 절반 수준인 1천 벌을 생산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저희가 시행착오를 정말 많이 겪었는데, 옷을 뜯을 때부터 그랬어요. 100% 덕다운이라고 써 있는데 웰론 등 다른 소재가 섞여 있는 제품도 있었고, 어떤 제품에는 털 사이에 플라스틱 조각, 모래가 들어 있기도 하고, 까보니 별의 별 게 다 나오는 거죠. 너무 낡은 옷은 솜털이 다 빠지고 깃털만 남아 활용도가 떨어지고요.”

여름 내내 서 대표와 직원들, 아르바이트생 10여 명이 손에 물집 잡혀 가며 패딩 칸칸이 갇힌 털을 꺼냈다. “옷만 만드는 걸로 따지자면 그냥 털을 사오는 게 더 싸겠다 싶었죠.” 서 대표에 따르면 중국에서 패딩용 솜털을 구입하면 kg 당 6만원, 여름에 구하면 3만원까지 내려간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롱패딩과 숏패딩 545벌의 제품을 만들었다. 목표치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약 1만1천 마리 거위와 오리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데 뿌듯함이 있다.

브랜드도 론칭했다. ‘베리 굿’과 ‘구스’를 조합해 ‘베리구스’라 지었다. 서 대표는 이 브랜드가 내년에도 지속가능하길 원하며 올해는 가능성을 실험하는 해라고 밝혔다. “일부러 단순한 디자인을 택했어요. 검정색에 가장 기본적인 형태죠. 디자인 등 다른 요소가 구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했어요. 구스 업사이클링이라는 메세지가 구매에 얼마나 효력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죠.”

오리들은 패딩 속통으로 쓰이는 가슴털을 6~10주 간격으로 뽑힌다. 게티이미지뱅크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먼저 출시된 제품은 목표치에서 400%를 달성하며 성공했지만, 서 대표의 내심에는 못미친다. “제 예상의 10분의 1밖에 못 돼요. 사람들이 공감은 해요. 여전히 소비자들은 ‘업사이클링, 의미는 좋지, 공감 해. 근데 나는 노스페이스로 갈래’ 이런 식인 거죠.”

베리구스 제품은 펀딩 종료 후 각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12월 안에 다 파는 것이 목표예요. 소진 속도를 한번 보고 싶어요. 공감의 속도가 어느 정도되는지. 그래서 이게 가능한 일이다 싶으면 내년에는 스트리트 브랜드들과 협업을 해서 좀 더 다양한 색, 다양한 디자인으로 만들며 지속 가능한 공정 방식을 갖추고 싶어요.”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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