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관 시전집
<기형의 노래 28>
66 원죄이전
고개 넘어 강을 건너
발 디딤한 곳을 기억하기에는
너무나 이 너무나 순수한 인간
태초로 거슬러 올라가
능금 두 알을 따 먹은
작을 수 없는 욕망의 시절
그땐 서로의 육신에
담쟁이 이이 무수히 가리워 지고
하늘은 어둡게만 보였다.
현실은 잔인한 바람으로 하여
나약한 꽃잎을 마구 휘날리게 하는데
알고 있는가 대지의 변질을
듣고 있는가 흐느끼는 소리를
나는 내게 잠재한
가누지 못하는 상실해 버린
육신을 되찾겠다는 망상
차라리
울음일랑 울 수 있는
고독의 주름을 펴야겠다.
68 에덴은 아직 멀었습니다
작열하던 태양이 사라지면
나타나는 하나의 성좌
여느 여인의 얼굴입니까
에덴은 아직 멀었습니다.
남몰래 피어난 들국화 향기
어느 여인의 입김입니까
에덴은 아직 멀었습니다.
잔잔한 호수 위에 그려진 파문
어느 여인의 마음입니까
에덴은 아직 멀었습니다.
다시 태양이 나타나 사라지는 그 성좌
어느 여인의 영혼입니까
에덴은 아직 멀었습니다.
82 무죄
선조도 죄 없답니다
부모도 죄 없답니다.
나 또한 죄 없답니다.
정말은 정말은
죄는
아무도 아무도 없답니다.
세상에 태어나자마다 울었던
죄 밖에
하나도 하나도 없답니다.
눈 나린 거리로 뛰쳐나간
죄 밖엔
하나도 하나도 없답니다.
정말은 정말은
죄는
아무도 아무도 없답니다.
<인간선언 32>
121 기도
만남으로부터 멀리 기다림으로
살게 하십시오.
만남의 기쁨보다 기다림의 고독을
원하오니
친구이건,
사랑하는 여인이건,
절대자이신 당신이건,
얼마나 많은 이웃들이 황급히 만난 후의
이별을 슬퍼하고 있습니까.
만남이 없더라도 실망하지
않겠습니다.
만남으로부터 영원한 기다림으로
살게 하십시오.
*160 후기
그렇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창조주의 섭리이기에 태어난 과거가 아니라,
생명체를 가진 모두의 숙명이기에 미래(죽음)가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현재)
그 자체가 아닐까, 살아가는 방법은 저마다 틀리지만 말이다.
<독수대 36>
*165 요한복음 8:32
진리(인간양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진리(인간회복)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진리(인간선언)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188 또 하나의 도그마
이사온 지 얼마 안 된
우리 동네
빈 터에는
간밤에 천막 교회가 또 하나 생겼다.
지금은 초라한 천막 교회지만
쬐금만 있으면 슬라브나 벽돌로
뾰족탑이 서겠지.
그 곳에는
또 하나의 복음이 있겠지
또 하나의 천당이 있겠지
또 하나의 지옥이 있겠지
또 하나의 사랑이 있겠지
또 하나의 은혜가 있겠지
또 하나의 축복이 있겠지
또 하나의 성령, 성신, 성자
또 하나의 십자가, 십자가, 십자가
이 모든 것은 하나인데
지금은 초라한 천막 교회지만
쬐금만 있으면 슬라브나 벽돌로
높이 높이
또 하나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동상이 세워지겠지.
216 욥기
잘 참았다 잘 참아 주었다
정말 잘 참아 주었다.
그 기나긴 동안 모든 것을
잘 참아 주었다.
앞으로도 더 한층 참음이 있을 것이다.
그제보다 더한 어제보다 더한
오늘보다 더한 참음이
내일도 또 내일도 또 또 내일도
잘 참았다 잘 참아 주었다.
정말 잘 참아 주었다.
<보통시민 42>
*221 히브리서 12:4
내가 너희들에게(인간) 이르노니
진리를 위해 아직 피흘리는데까지 이르르지 않았노라.
258 하나님을 한 번 만나고 와야겠습니다.
악 악 아악 하는 비명소리는
천지를 진동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사라지고
어 어 어엇 하는 할 말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지금도 산다고
걸음걸이는 빨라오는데
'세상 천지 사람들아 이런 일이 우짠 일고'
정말 귀신이라도 있다면 제지를 했을 텐데
아마 귀신은 없는가 봅니다.
지금 나는 운동화끈을 불끈 죄어매고
하나님을 한 번 만나고 와야겠습니다
(의령군 궁유면 기사를 읽고)
274 지나가는 사람들
검은 대낮에
재미없는 신문지로 탈을 만들어 쓰고
창동 네거리 모퉁이에
서성거리고 있으니
참으로 희안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더이다
빌라도의 아들이 지나가고
유다의 사촌이 지나가고
헤롯의 삼촌이 지나가고
마리아 오촌이 지나가고
막달라 마리아의 언니가 지나가고
사두개의 친척도 지나가고
제사장의 팔촌도 지나가고
율법학자의 손자도 지나가고
예수를 세 번 부인한 베드로의
아버지도 지나가고
지나갈 사람은 지나가야지
그러나 어느새
나도 지나가는구나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48>
286 아이들을 위하여
아이들을 위하여
그해 일 년 동안의 기도를 정월 초하룻날
합니다.
아이들을 위하여
한 달 동안의 기도를 그달 초하룻날
합니다.
아이들을 위하여
하루 동안의 기도를 그날 눈뜨자마자
합니다.
아이들을 일 년 동안 무사히 지켜주셔서
감사하다는 기도는 일 년 중 맨 마지막날에
합니다.
아이들을 한 달 동안 무사히 지켜주셔서
감사하다는 기도는 그달 맨 맨 마지막날에
합니다.
아이들을 하루 동안 무사히 지켜주셔서
감사하다는 기도는 그날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합니다.
328 삶은 신앙입니다.
- 홍익재활원에 다녀와서
뒤틀리지 말자
몸은 비록 뒤틀릴지라도
마음은 뒤틀리지 않는다
우리 마음은 분수처럼 치솟아
하늘에 닿으리니
뒤틀린 몸은 때로
크나큰 아픔이겠지만
아픔 딛고 스스로 우뚝 서서
내일로 열린 큰 길
달려가야 한다
달려서 닿는 아름의 기슭
그 어두운 기슭에도 해는 돋으리니
돋는 해 바라보면
가슴 절로 뛴다.
가슴 또한 뛰면
몸도 같이 뛴다
아아 산다는 것은
참으로 거룩한 것,
아아 참으로 참으로
아름다운 것,
아아 산다는 것은
참으로 참으로 참으로
신앙인 것이다
368 산다는 것은
내 일상의 세계는
무의식의 늪에서
매듭이 풀리지 않은 채
포로인 양 끌리지만
이 땅에서
바람 마시며 산다는
자체만으로도
어쩌면 신앙이어라
(1970)
<창동 허새비의 꿈 53>
*383 책머리에
지난 2,3년 동안 나는 몹쓸 질환으로 투병생활을 하다가
나를 사랑하는 이웃님들의 도움으로 다시 소생하였습니다.
그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면서....
475 하나님이 너희들에게 이르기를
"하나님이 너희들에게 이르기를
다시는 물로써 이 지구를 심판하지
않으리라 그 징표로 무지개를
띄우리라"
한 구약성서의 하나님의 말씀을
믿지 않고 성금을 갖다바친 몽매한
목사나 신부나 그리고 하나님과 천주님을
믿는 신자들이나
아니 그보다 거기에 동조하여
범국민적으로 홍보를 한
매스컴에 종사한 기자들
성금을 안 낸 백성들이 있다면
한 사람이라도 여기서 나와보라 하세요
봉이 김선달은 거기에 비하면
착한 장사꾼이에요
<지구촌에 주인은 없다 56>
*558 책 말미에
나는 그 책(나락 한 알 속의 우주/장일순) 십구 페이지를
읽고 또 읽고 또다시 읽어 보고서야 요즘 내가 교회 가기를
주저하는 이유를 미련스럽게 이제야 알았던 것이다.
*19 나락 한알 속의 우주(장일순)
구약성서의 창세기1:27-28 '하느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시되
남자와 여자로 지어내시고, 하느님께서는 복을 내려주시며 말씀하셨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를 돌아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
라는 말씀은 자연이 단순한 피조물로서 하느님이 내재한다는 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모순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연은 소위 탈신성화되었고 인간의 자의대로 이용되고,
자연과학의 추구대상이 되어 과학기술의 발전을 가져오기는 하였으나
오늘날의 생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위기상황의 원인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
근대 서양철학과 사상들은 철두철미하게 인간과 자여의 분리를 가져왔습니다.
...
인간은 자기집착에 빠져 자연이 인간과 한몸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망각하고
자멸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그대 곁으로 간다 59>
591 내 작은 기도 하나
금강산에 사는 동식물도 동면에 들어간
무인년도 저물어가는 십일월 중순부터
시작된 금강산 관광
금강산에 사는 동식물이 잠에서 깨어나는
기묘년 봄부터 한 일 년 간 휴식년제를 가지고
(반세기 넘게도 기다려왔는데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하기 쉽다고 했습니다)
휴식년 동안 위쪽과 이쪽 사이에
그렇게 길지도 않게 끊어진 철로를
다시 놓게 하여
이십일세기로 진입하려는 대망의 이천년
햇살이 따끔따끔 이마를 간지럽게 때리는
봄에는 유람선도 타고 기차도 타고
형편이 어려운 이산가족도 이산가족이 아닌 사람도
꽃바람 맞으며
자유롭게 자유롭게
다녀올 수 있게 해주십시오
아멘
<배추흰나비를 보았습니다/환경시집 61>
721 참 자유로운 종교인 이현주 목사
인간, 즉 사람이 아름답다 하는 것은
자연이 아름답다 하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왜냐하면
인간, 즉 사람이 자연과 함께
지구촌에 사니까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가진 분이 지구촌
아주 가까운 곳에 또 한 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부산에서 나오는 시 전문지 '신생' 이천일년 여름호
대담기사에
인간과 자연은 한 존재라고 말하신
참 자유로운 종교인 이현주 목사 말입니다
<지금 우리들의 손에는 62>
755 기도
주여
왜 제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디엔에이 실험을 하려 하십니까
756 역시
프랑스 모 여성 화학자는 오늘
미국여성이
인간복제방식에 의한 여자아이를 탄생시켰다고
AFP통신을 통해 보도했습니다
만약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주여
용서하소서
757 창조론의 창조론은 어찌 하오리까
지난97년 프랑스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라엘리안그룹 지도자 라엘은
인간 복제의 다음 단계는
성장 관계없이 바로 성인을 복제하고
기억과 인격까지 옮겨
완벽한 영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구세주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주여
바이블의 창조론은 어찌하오리까
781 사랑은
당신과 나 둘이 아닌
그렇습니다
맞네요
하나입니다
785 지금 우리들의 손에는
묵주가 쥐어져야 할 손에는
폰이
염주가 쥐어져야 할 손에는
폰이
십자가가 쥐어져야 할 손에는
폰이
786 우리는
하늘과 땅을 창조했다는 그를 하느님이라 부릅니다
한르을 보며 땅에 사는 우리는
하느님 안에 사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늘과 땅으로부터 벗어나 살아가면서
하느님을 부릅니다
석가를 믿는 우리는
예수를 믿는 우리는
마호메트를 믿는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쯤은
알아야 합니다
797 정금교회
다시 교회에 다닌 지 2,3년이 되었을까
스물다섯, 여섯 명이 모이는 미니교회
강원도가 고향이라는 김용환 목사
탄광촌에서 아버지를 진폐증으로 돌아가시게 만들었다며
다리를 저는 목사
신자 한 분마다 관심을 두는 모습
내 어머님은 나 때문에 신자가 되었다는데
나는 어머니에게 마귀 드렸다는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참 많은 걱정을 끼쳐 드렸지
나는 한때 열심히 통신 신학원을 다녀
졸업을 한 적도 있었지
솔직히 말해서 나는
작곡을 하는 고승하 선생의 이끌음 때문에
교회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예배 마치면
점심을 공짜로 준다는 것이 좋아서가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빙 둘러앉아 얼굴을 마주보며
한 끼 식사를 하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아
한 지붕 밑에 옹기종기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는 것이 좋아
정금교회에 나가는 것이다
<나무들은 말한다 유고>
824 나무들은 말한다
해마다 연말 가까이 한 달 전부터
예수가 탄생했다는 성탄절을 맞아
밤마다 나무에 대낮처럼 불이 켜진다
나무들은 말한다
하느님이시여
당신 아들 탄생도 좋지만
제발 잠 좀 자게 해주십시오
830 조물주의 섭리
만약 우주가 돌아가는 소리 그 굉음
지구 그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 그 큰 굉음
들을 수만 있다면
만약에 만약에 말입니다
우주가 돌아가는 그 크나큰 소리를
지구의 모든 생명들이 듣는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즉사할 겁니다
831 아니다
누가
지구촌의 주인이
사람이라 하였는가
창조주는
제일 마지막 날에
사람을 창조했다 하지 않았는가
857 도법스님
올 삼우러부터 바랑 하나 메고
지리산과 제주도 부산을 거쳐
메말라 가는 세계평화를 길러내고 있는
탁발순례자 도법 스님이 경남을 돌 때
인사드린 적이 있었지만
그 와중에서 책을 한 권 펴내었지
책 제목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였어
내용을 요약하면
지금 여기의 진실을 외면한 채
허상과 욕망르 쫓고 있지 않는가
한국 불교와 승단을 비판한 책 내용이었어
나 또한 말하고 싶으니
주일이면 이삼십 명이 모이는
미니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나지만
예수를 만나면 예수를 한 번 더 죽여라는
책을 내고 싶으이
안으로는 성장제일주의 대형화한 경쟁
이웃사랑 결핍 대형교회의 목사직 세습 기복신앙
제왕적 목사 중심의 불투명한 재정 운용
밖으로는 기독교의 고향인 이스라엘이
핵을 이삼십여 개 보유하고 있는 데도
제대로 항의 한번 안 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지속불가능한 보수적인 신앙인이여
이 땅의 예수를 믿는 기독교 신자들이여
876 예수가 거한 곳은
나무 위를 향해
세금을 거두는 직분을 맡은
키가 작은 삭개오에게 서슴없이
'오늘 밤에는 너희 집에서 유하겠다'는 예수
그러면서 예루살렘으로 가서는
크고 넓고 화려한
시장통을 방불케 하는 성전을 향해
'독사의 자식들아' 하면서
채찍을 들지 않았는가
889 설마 하느님은 아니겠지
부자를 부자로 자꾸자꾸 만들어 주고
가난한 자는 가난한 자로 자꾸자꾸 만들어 주는
전지전능하신 그분이
설마 하느님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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