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 못한 꽃
이 상 익
어디에서도 너희들 쉴 곳 없구나
바다에도 뭍에도
교실에도
저 푸른 운동장에도
너희들은 그저 노리개일뿐
이 세상의 소모품
입시 경쟁 속 조금의 쉼 마저 허용치 않는
이 야박한 세상
어디 쉴 곳 있으랴
꽃잎, 꽃바람
여기도 꽃, 저기도 꽃
꽃 만발한 이 좋은 봄날에
아이야
어디서 피지 못한 꽃되어 스러져가느냐
삼풍백화점 붕괴도, 성수대교 붕괴도
서해 페리호 침몰도, 대구 지하철 참사도
구제역 300만 가축의 살처분도
잊어버린 이 나라
무너지고 깨어져버린 국가위기 관리 시스템 속에
몽우리만 맺은 채 가고야 말 우리의 꽃들아
초동 대응 때부터 너희들은 없었다. 없었다.
어른들의 우왕좌왕 속에
하나하나 스러져간 꽃들아
더러는 눈 뜬 채
더러는 손톱자국 남긴 채
더러는 벗을 부둥켜 안은채
더러는 더러는
아, 차마 잊지 못할 엄마 엄마를 목놓아 부르다가
그렇게 그렇게 스러져갔구나
피지도 못한 꽃들아
어디 하늘의 죄일까
어디 너희들 죄일까
지지리도 못난 우리 어른들의 죄
국가적재난 상황의 끝은 어디련가
위기관리능력 없음은 언제까지련가
대통령의 전 위해 3시간의 구조를 중단하고
국민보다 대통령이 무서워 모든 것 은폐하는 이놈의 공직자들을 꾸짖어 다오
‘내가 이 자리 왔노라’홍보에 열 올리는 정치하는 쌍것들을 꾸짖어 다오
갈팡질팡하는 이 당국의 수습주체를 꾸짖어다오.
안전 행정부는 어디로 가고 안전망각부만있는 이 불실 정부를 꾸짖어 다오
실종과 생존까지 바꾸머 희망을 절망으로 갈아치우는 어른들을 꾸짖어다오
해양경찰, 해군,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소방청 모두 제각각 책임을 떠넘기고
공로만 차지하려는 저들을 꾸짖어다오
재난안전관리 수준이 바닥인 이 나라를 꾸짖어다오
기본적인 탑승자도, 구조자도, 사망자와 실종자 숫자도 파악 못하는 우리를
꾸짖어다오
돈벌이에 급급하여 너희들을 팔아치우는 선박회사도, 감독하는 선박협회도,
해운사도 꾸짖어다오
지금 이시간
어린 예수들이 검고 차가운 물 속 십자가에 달려 죽어가고 있다.
우리가 저 뭍 어린 꽃들을 십자가에 묶었고
우리가 급기야 십자가 형틀에 못질을 하였다.
피지도 못한 채 스러져간 꽃들이여
하늘나라에서나마 피어라
피지도 못한 꽃들이여
그대들 흰 손으로 차라리 우릴 인도하라
그대들 초롱한 눈동자에 우리들 교만을 담고 가라
그대들 아장대는 순백의 발걸음에 우리를 동행케 하라
오
저멀리 푸른 솔밭사이로
그대들 흰 손 들며
피안의 그곳에서 꽃망울 터트려라
피워낸 꽃 화알짝
미소로 가득하라
그러나 그러나 차마 하고픈 말
너희들은 결단코 침몰하지 않았어
침몰한건 당국의 신뢰이고
우리 기성세대의 무관심과 불감증이고
제 것만 챙기는 우리 어른들의 침몰이 있을 뿐이야
그럼 그렇고 말고
반듯시 살아 있기를
제발 살아있기를
아니 아니
반드시 살아서 보란 듯 우리 앞에 서기를
그리하여
이 지지리도 못난 어른들의 나태와 무관심과 원칙없음에 보란 듯이
꾸짖어 주기를
그래 그래
우린 우리 모두의 집 앞 참나무둥글에
수 만개의 노오란 손수건을 걸고
밤새워 기다릴게
활짝 피어서 해 맑은 미소로 이 땅 너의 사랑하는 엄마 아빠께 달려오렴
어깨동무 벗들에게로 뛰어오렴
아
차마 꿈 속에라도 말 못할
피지 못한 꽃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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