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퓨처 (2023-2024 종합베스트셀러, 벤저민 하디: 조직심리학자, 미래심리학자)
지금 미래의 내가 돼라
한번은 집 근처에 도착해 길가에 차를 세우고, 집에 도착한 내 모습이 어땠으면 좋겠는지 깊이 생각했다. 나는 미래의 나를 생각해보았다. 지금부터 20년 후에 나는 53세다. 여섯 아이는 모두 성인이 되어 더는 집에서 함께 살지 않을 것이다.
집에서 얼마 안 되는 거리에 차를 주차해놓고 나는 차 안에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53세의 내가 다시 돌아와 남은 오늘을 산다면 어떤 기분일까? 미래의 나는 다시 살게 된 오늘 무슨 일을 할까?”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빅터 프랭클의 말이 떠올랐다.
두 번째 삶을 사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첫 번째 삶에서 했던 잘못된 행동을 지금 하려고 하는 게 아닌지 생각하라!
인간의 책임감을 자극하는 표현으로 이 격언보다 더 강력한 말은 없을 것이다. 이 말을 통해 현재는 과거이며 과거는 바뀌고 수정될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다.
나는 프랭클의 말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20년 후 미래의 내가 되돌아와 그날 저녁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미래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와 오늘을 다시 살아볼 기회를 얻었다고 상상한 것이다.
내가 집에 돌아가 주차를 하려고 보니 세 살 된 피비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나를 보자마자 딸아이는 흥분해서 이리 깡충 저리 깡충 뛰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딸을 지켜보면서 나는 20년 후 미래의 내가 이 순간을 어떻게 온몸으로 느낄지 생각해보았다.
미래의 내가 된 나는 그 순간을 평소와 다르게 보게 됐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내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게 됐다. 딸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완벽한 선물이었다.
나는 차에서 뛰어내려 마치 20년 만에 처음 보는 것처럼 피비를 껴안았다. “우리 술래잡기할까?”
아이는 “응!” 대답하고는 까르르 웃으며 도망갔다.
나도 함께 웃으며 달려가 아이를 잡았다. 나는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 꼭 끌어안았다. ‘오, 이게 내 인생이란 말이야? 내가 이렇게 운이 좋았어?’
이렇게 관점을 바꾸니 동네와 거리가 다르게 보였다. 나는 내가 경험한 것에 경건함을 느꼈다. 내가 거룩한 땅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5분 정도 피비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 후 나는 미래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와 어린 딸과 논 시간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셀카를 찍었다.
피비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니 아이들이 다 그렇듯이 큰 아이들이 시끄럽게 서로 싸우고 있었다. 로렌은 주방에서 아기 조라와 렉스를 돌보며 분주하게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나는 당장 아이들을 꾸짖으며 야단쳤을 것이다. 멍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날은 미래의 내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족이 평소보다 훨씬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수선한 집 안을 보고 화가 나기는커녕 여기저기에 나뒹굴고 있는 장난감들이 사랑스럽게 보였다.
주방 식탁에 널려 있는 학습지와 숙제들을 보니 행복했다.
바닥에서 장난치고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나의 아내 로렌, 아내의 아름다움에 나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내가 이런 놀라운 삶을 얻었을까?’
나는 10살, 14살의 아이들에게도 짜증이 나지 않았다. 그보다는 내가 그 아이들의 농담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느끼고 놀랐다. 미래의 나에게 눈앞에 있는 아이들은 30대 성인이다. 만약 아이들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5분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미래의 나는 무슨 말을 할까? 아이들에게 설교를 늘어놓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히 미래의 나는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아이들에 대해 더 잘 알려고 노력하며 무조건 지지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귀를 열고 입을 닫았다.
가족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들었다.
가족과 함께했다.
가족을 보며 웃었다.
가족을 사랑했다.
가족과 연결됐다.
나의 내면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걸 느꼈다.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평소에 나를 좌절시켰던 일들이 사소해 보였다. 지금 순간에 몰입하게 되면서 전에는 짜증스러웠던 일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에 더해 내 행동은 더욱 친절하고 관대해졌다. 나는 지혜롭게 행동할 수 있었다. 미래의 나는 지금 이 상황을 현재의 나와 다르게 더 현명하게 처리할 것이다.
미래의 나를 현재로 불러와 살아가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심지어 나는 미래의 내가 어쩌면 20년 후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깨닫고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게 됐다.
나는 죽을 수도 있다. 고대 스토아 철학 사상으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이 있다.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인데, 우리는 항상 죽음을 생각하고 있어야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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